그런 것이면 안되니까 치마 저고리도 입어야 하고 우리 말도 지켜야 합니다."
70~80년대 그 학창 시절에 심심찮게 듣던 당시 흔했던 교육지에 실린 문구가 아니다.
전후를 모르는 이가 듣는다면 지금도 여전히 고리타분한 사상 이바구라 할 지도 모르겠다.
러닝 타임 134분의 다큐멘터리 우리 학교
그곳에 나오는 혹가이도 조교의 재훈이가 관객석의 우리에게 들려주는 얘기가 아닌
스스로에게...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피곤으로 터진 입술도 아물어 가기에 토요일 오후 시간을 내어 벼르던 '우리 학교'를 보러 상암으로 나섰다.
극장같은 '문화'와는 담을 쌓은 나지만, 1년에 한 번은 나를 끄는 영화가 꼭 한 편씩 생긴다.
작년의 라디오 스타가 그러했듯이 올해는 '우리 학교'가 나를 불렀다.
TV에서 보는 재일 한국인들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흔히 보아온 다큐일지도 모른다고 예상하며 당도한 극장.
그 흔한 팜플렛도 손에 쥐지 못한 채 좌석에 앉은 나에게
내 모든 추측들은 하나 빠짐없이 모두가 지레짐작이 되어버렸다.
그들의 '우리 학교'에는 사상도, 민족도, 그 어떤 캠페인도 없다.
아니... 있다. 분명히 있다.
근데 있는게 아니라 해야 하나... 그 이상의 무엇이라 해야 하나...
그 모든 것들은 어느새 도덕 교과서의 흔한 문구를 훌쩍 뛰어넘어
자아와 정체성과 '우리'로 버무러지고 승화되어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학교'이고 '학교'가 '우리'인 혹가이도 조교 학생들...
'우리'이기에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들과 당당히 부딪혀가는 그들...
너무나 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해서는
누구 하나 빠짐없이 심장의 울림을 뱉어낸다.
'우리'가 되어서...
어설픈 몇 줄의 글귀로는 뱉어내긴 커녕 소화하기 조차 벅찰 정도다.
객석에 앉아서만 받아 낼 수 있는 그 울림들을
가서...
그리고 자신의 오감으로 받아내는 수 밖에는 없을 듯 싶다.
살인적인(?) 2시간 분량의 영화 속에서
너무나 담담히 그들이 전해주는 '나'와 '우리'에 대한 얘기들은
그저 흘려버릴 수 만은 없는 오만 감정과 느낌을 쉬지않고 차곡차곡 쌓아준다.
그리고 나즈막이 읊조리던 그들이 자막 너머로 사라질 때 쯤엔
주체 못할 정도로 쌓인 내 가슴속 무엇들로 인해
마음이 요동치며 어쩔 줄 몰라하는 나만 남아 있게 된다.
한동안은 쉽게 정리되지 못할 듯 한... 형체는 보이는데 쉽게 잡지 못할 것 같은...
내 안에 쌓인 뜬구름 같기만 한 그 조각들을 언제쯤 그리고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려나.
이게 아마 혹가이도 조교 학생들이 그들보다 한참이나 어린 나에게 남겨준 숙제인 듯 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에도 모든 사람이 자리를 뜨지 못하는 영화는
참으로 오랜 만인듯 하다.
갑작스레(?)... 감정을 정리할 시간도 주지 않고
무책임하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할 때
모두들 나 만큼이나 자신에게 쌓인 여러 마음 속 조각들을 어찌 해야할 지 몰랐던 것 같다.
우리를 보시라 (우리학교 엔딩)


